노인복지 현장에서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 고민이 생깁니다. "같은 어르신들을 모아 진행하는데, 왜 어떤 집단은 효과가 있고 어떤 집단은 겉돌까?" 저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전담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 이 질문을 반복해서 마주쳤습니다. 집단을 어떤 목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집단이 가져다주는 효과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치료모델, 사회적 목표모델, 상호작용모델은 무엇이 다른가 집단사회복지실천의 세 모델은 집단을 바라보는 출발점 자체가 다릅니다. 치료모델(Treatment Model)은 개인의 역기능적 행동 변화를 돕는 데 집중합니다. 여기서 역기능이란 개인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는 심리적·행동적 문제를 뜻합니다. 배우자와 사별한 후 심한 우울감을 겪거나, 가..
어르신들을 모아 체조나 만들기 활동을 진행하면서 "이게 집단사회복지실천이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노인복지 현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집단과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개념이었고, 집단의 유형에 따라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집단유형을 알아야 현장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여러 명이 함께 모여 활동을 하면 집단사회복지실천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프로그램은 집단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내용일 뿐이고, 집단은 그 안에서 성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와 상호작용의 과정 전체를 의미하는 훨씬 넓은 개념이었습니다. ..
가족 갈등을 다룰 때 "누가 잘못한 것인지"를 파고드는 방식이 항상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제가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원인을 따지면 따질수록 대화는 막히고, 사람은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해결중심 가족치료는 바로 그 지점에서 다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강점 관점: 문제가 아닌 자원에 눈을 두는 이유 해결중심 가족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강점 관점(Strengths Perspective)입니다. 강점 관점이란 클라이언트를 문제를 가진 존재로 보는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원, 회복 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시각을 말합니다. 이 접근은 1980년대 이후 사회복지 실천에 본격적으로 적용되었으며, 미국의 Dennis Saleebey가 체계화한 것으로 ..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이 말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어제까지 별 문제 없어 보이던 어르신이 낙상 한 번으로 외출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식사조차 거르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위기개입모델은 바로 이런 순간에 작동하는 실천 방법입니다. 위기의 종류, 알고 보면 다 다릅니다위기개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위기의 유형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회복지실천론에서는 위기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는데, 현장에서 이 분류가 생각보다 실용적이라는 걸 직접 느꼈습니다. 첫 번째는 발달적 위기(Developmental Crisis)입니다. 발달적 위기란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변화, 예를 들어 노화, 은퇴, 배우자와의 사별처럼..
클라이언트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다 아무것도 못 바꾸는 경험,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노인복지 현장에서 그 벽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과제중심모델이 왜 현장에서 살아남은 실천 방법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과제중심모델이란, 그리고 왜 이 방식이 만들어졌을까과제중심모델은 시간제한적인 단기개입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복지실천 모델입니다. 여기서 단기개입이란 보통 8~12회기 내외의 제한된 기간 안에 클라이언트와 합의한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정신역동모델처럼 내면의 심리구조를 오랜 시간에 걸쳐 탐구하는 장기치료와는 방향이 다릅니다. 이 모델이 처음 개발된 목적 자체가 실천의 책무성 강화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책무..
어르신이 "병원은 가 봐야 소용없다"고 말씀하실 때, 저는 처음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단순히 설득하면 될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것은, 부정적인 말 뒤에는 반드시 그 말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인지행동모델의 개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어르신의 말 뒤에 숨어 있는 인지적 오류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한 어르신이 병원 진료를 오래 기다린 경험을 한 번 겪고 나서 "병원은 가 봐야 괜히 고생만 한다"고 하시며 이후로 진료 자체를 피하셨습니다. 한 번의 경험을 전체 상황에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과잉일반화(overgeneralization)입니다. 과잉일반화란 하나 ..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 노인복지 현장에 나갔을 때 어르신이 서비스를 거부하면 "고집이 세신 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뒤에는 반드시 어떤 생각이 있었고, 그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인지행동모델을 공부하면서 그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비합리적 신념이 어르신의 하루를 막을 때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근무할 때, 외출을 거의 하지 않으려는 어르신을 담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밖에 나가면 분명히 넘어진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이다"라는 생각을 굳게 믿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단순히 외출을 권하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게 제가 실수한 부분이었습니다. 인지행동모델에서는 이런 경우를 비합리적 신념(ir..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현장에 처음 나갔을 때 설명 한 번이면 어르신들이 도움을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나는 괜찮다", "남한테 폐 끼치기 싫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책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설명의 횟수가 아니라, 어르신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함께 걷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복이 설득이 되는 순간, 훈습이란 무엇인가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십니까? 분명히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주에 만났을 때 상대방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요. 저는 노인복지 현장에서 그 경험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정신역동모델에서는 이 상황을 훈습(Working ..
어르신이 서비스를 거부할 때, 처음에는 단순히 고집이 세다거나 협조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노인복지 현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그 거부 뒤에는 오래된 상처와 반복된 관계의 흔적이 쌓여 있다는 것을요. 그 경험이 정신역동모델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이론으로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경험이 현재를 움직인다는 것 정신역동모델은 프로이트(Freud)의 정신분석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사람의 현재 행동과 감정은 지금 이 순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 억눌린 감정, 반복된 관계 패턴이 무의식(unconscious) 속에 쌓여 지금의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여기서 무의식이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