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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을 모아 체조나 만들기 활동을 진행하면서 "이게 집단사회복지실천이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노인복지 현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집단과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개념이었고, 집단의 유형에 따라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집단유형을 알아야 현장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여러 명이 함께 모여 활동을 하면 집단사회복지실천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프로그램은 집단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내용일 뿐이고, 집단은 그 안에서 성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와 상호작용의 과정 전체를 의미하는 훨씬 넓은 개념이었습니다.
집단의 유형은 크게 치료집단, 과업집단, 자조집단으로 나뉩니다. 치료집단(Treatment Group)이란 성원들의 정서적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행동 변화를 목표로 구성된 집단을 말합니다. 여기서 치료집단의 핵심은 성원들의 자기노출 수준이 다른 집단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개인의 상처나 가족 문제, 감정의 밑바닥까지 꺼내 놓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비밀보장이 집단의 신뢰 기반이 됩니다.
과업집단(Task Group)은 성원들의 개인적 성장보다 사회계획이나 서비스 조정, 정책 수립, 문제 해결 같은 외부적 목표를 우선시하는 집단입니다. 여기서 과업집단이란 조직이나 기관의 목적 달성을 위해 구성된 집단으로, 이사회, 위원회, 사례회의 팀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열리던 서비스 조정 회의가 딱 이 유형이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참여자들의 감정 표현보다 대상 어르신에게 어떤 서비스를 연결할지,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가 논의의 중심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회의 자체가 과업집단의 실천이었던 셈입니다.
형성집단(Formed Group)이란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집단을 말하며, 치료집단과 과업집단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자연집단(Natural Group)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집단으로, 목적 설정 없이 관계가 먼저 형성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집단의 성격에 따라 사회복지사가 집단을 운영하는 방식도, 성원 모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걸 현장에서 직접 체감했습니다.
집단 유형별로 사회복지사가 주의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치료집단: 자기노출이 높으므로 비밀보장 원칙을 집단 시작 전에 반드시 명확히 합니다.
- 과업집단: 성원 개인의 감정보다 집단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춰 운영합니다.
- 자조집단: 전문가가 주도하지 않고, 성원들의 자율성과 동료 간 지지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 비자발적 집단: 협상 불가능한 영역은 분명히 하되, 협상 가능한 부분에서는 성원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2023년 보건복지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 안내에 따르면, 집단 프로그램은 단순한 여가 제공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서적 지지를 동시에 목표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https://www.mohw.go.kr)).
자조집단과 비밀보장, 현장에서 느낀 실제 무게
자조집단(Self-help Group)에 대해서는 사전에 이론으로 배웠을 때와 현장에서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자조집단이란 비슷한 문제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상호 지지하는 집단입니다. 전문가의 지시보다 동병상련의 경험이 집단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방문요양센터에서 근무할 때, 부모님을 돌보는 보호자들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자주 보았습니다. 죄책감, 피로감, 경제적 부담이 겹쳐 있으면서도 "이런 말을 누구한테 하겠느냐"며 속으로만 삭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분들에게 필요한 건 전문가의 분석이 아니라 "저도 똑같이 힘들었어요"라는 한마디였습니다. 그게 자조집단이 가진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조집단에 공동지도자를 두면 운영이 안정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현장에서 이 부분을 다르게 느꼈습니다. 자조집단의 본질은 성원들의 자율성과 동료 간 지지에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공동지도자로 개입하는 순서간 집단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수평적 관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집단 형성 초기에 필요한 지원을 하되, 집단이 자리를 잡으면 뒤로 물러나 조력자(Facilitator)의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력자란 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를 지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또한 자조집단 성원 모집 시 노아방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노아방주의 원칙이란 다양한 특성과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균형 있게 섞여야 한다는 집단 구성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를 자조집단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자조집단은 공통된 경험이 집단의 신뢰와 공감을 만들어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치료집단에서 비밀보장(Confidentiality)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제가 직접 경험하면서 실감했습니다. 비밀보장이란 집단 안에서 나온 개인적인 이야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원칙입니다. 어르신들이 배우자 사별의 슬픔이나 자녀와의 갈등을 집단 안에서 꺼낼 수 있는 건, 그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신뢰가 한 번이라도 깨지면, 이후에는 어떤 말도 꺼내기 어려워진다는 걸 저는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그래서 집단을 시작하기 전에 비밀보장, 상호 존중, 비난하지 않기를 기본 규칙으로 명확히 정하는 것이 집단 전체의 안전망이 됩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는 클라이언트의 비밀보장 의무가 명시되어 있으며, 집단 장면에서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출처: 한국사회복지사협회](https://www.kasw.or.kr)).
집단사회복지실천은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 활동을 진행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집단의 유형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운영 방식과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선택하는 것이 실천의 출발점입니다. 특히 자조집단에서는 전문가가 앞에서 끌어가려는 유혹을 내려놓고, 성원들이 서로를 통해 힘을 찾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론으로 배운 내용이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그걸 직접 보고 느끼면서 집단실천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참고: 사회복지실천기술론-집단사회복지실천에 대한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