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의 갈등은 지금 이 순간만의 문제일까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자꾸 확인하게 됩니다. 어르신과 보호자 사이의 갈등을 들여다보면, 수십 년 전 부모 세대부터 이어져 온 대화 방식과 감정 반응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웬의 다세대 가족치료는 바로 그 흐름을 보게 해주는 관점입니다. 갈등은 지금 만들어진 게 아니다 — 다세대전수의 맥락 보웬 가족치료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다세대전수(multigenerational transmission)입니다. 여기서 다세대전수란, 부모 세대의 정서적 반응 방식과 관계 패턴이 자녀 세대, 손자녀 세대로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순히 성격을 닮는 게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대물림된다는 개념입니다. 제가 방문..
어르신의 문제는 어르신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식사도 못 챙기고 병원도 못 가는 어르신의 뒤에는 반드시 가족관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었습니다. 가족문제 사정이 왜 필요한지, 제가 직접 겪은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가족경계: 밀착과 유리 사이에서 어르신은 어디에 있는가 가족체계 이론에서 말하는 하위체계 경계(subsystem boundar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하위체계 경계란 가족 구성원 간 상호작용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 혹은 닫혀 있는지를 나타내는 구조적 선을 의미합니다. 구조적 가족치료의 대가 미누친은 이 경계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밀착된 경계, 분명한 경계, 유리된 경계가 그것입니다. 제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어르신 한 분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결국 그 뒤에는 가족이 있습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이 사실을 계속 마주치게 됩니다. 식사가 불규칙하고, 외출을 꺼리고, 자꾸 무기력해지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보면 가족관계와 돌봄 역할의 문제가 깊숙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족역할과 경계선, 숫자가 아닌 관계를 봐야 합니다 가족문제 사정에서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가족역할입니다. 여기서 가족역할이란 가족 안에서 각 구성원이 맡고 있는 행동 패턴과 기대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누가 돌봄을 책임지고, 누가 결정을 내리고, 누가 외부와 연결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제가 방문요양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이걸 직접 체감했습니다. 보호자는 어르신의 낙상을 걱정해서 최대한 많은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