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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치료 (문제의 외현화, 가족치료, 외현화기법)

notion70071 2026. 7. 22. 10:35

목차


    "나는 자식들한테 짐이에요."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이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위로의 말을 찾느라 바빴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말 자체가 문제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를 문제로 규정하는 순간, 해결의 가능성은 그 자리에서 닫혀버립니다.

     문제의 외현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방법

    이야기치료에서 말하는 문제의 외현화(externalization)란, 클라이언트와 문제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기법입니다. 여기서 외현화란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문제다"라는 전제 아래, 불안이나 외로움 같은 어려움을 사람 바깥에 존재하는 별개의 존재로 다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전담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이 개념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혼자 생활하시는 어르신 중에는 "내가 성격이 이상해서 혼자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어르신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자녀와의 거리, 건강 악화, 외출 감소, 주변 관계 단절이 겹치면서 외로움이 커진 구조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럴 때 "어르신이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요즘 외로움이 많이 커진 것 같습니다"라고 한마디 바꿔 말하면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어르신 쪽에서도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셨고, 방어적인 반응이 줄어드는 걸 경험했습니다. 문제를 사람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조금씩 열린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느꼈습니다.

     

    외현화 기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클라이언트가 문제를 자신의 성격이나 존재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 가족 구성원 간에 서로 상대방을 문제로 지목하며 갈등이 반복될 때

    - 오랜 어려움으로 인해 변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을 때

     

     

    가족치료 모델별 접근, 어떻게 다른가

     

    가족치료 이론은 하나가 아닙니다. 보웬모델(Bowen model), 구조적 가족치료, 전략적 모델, 해결중심모델이 각각 다른 렌즈로 가족을 바라봅니다. 어떤 모델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 제 경험상 가족의 상황에 따라 어떤 관점이 더 유용한지가 달라진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보웬모델에서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자아분화(differentiation of self)입니다. 여기서 자아분화란 개인의 자아가 가족 전체의 정서적 덩어리에서 얼마나 독립적으로 기능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분화 수준이 낮으면 가족 내 감정 갈등에 쉽게 휩쓸리고, 삼각관계(triangulation)가 형성되기 쉽습니다. 삼각관계란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을 제3자를 끌어들여 분산시키는 패턴으로, 예를 들어 부모 간의 갈등이 자녀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방문요양 현장에서 보호자 상담을 할 때, 어머니 돌봄 문제로 형제 사이에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정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게 교과서에서만 보던 삼각관계 패턴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아챘습니다.

     

    구조적 가족치료는 가족구조, 하위체계(subsystem), 경계(boundary)를 중심 개념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하위체계란 부부, 부모-자녀, 형제자매처럼 가족 내에서 특정 역할과 기능을 공유하는 소집단을 말하며, 경계는 이 하위체계들 사이의 상호작용 규칙을 뜻합니다. 경계가 지나치게 밀착되면 개별 구성원의 자율성이 약해지고, 반대로 지나치게 단절되면 정서적 지지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해결중심모델(Solution-Focused Model)은 문제보다 강점에 집중합니다. 기적질문, 예외질문, 척도질문 같은 기법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모델이 노인복지 현장에서 특히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은 과거의 힘든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그래도 잘 버텨오신 시간이 있으셨을 텐데요"처럼 강점을 먼저 꺼내는 접근이 훨씬 대화를 열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호자의 죄책감과 외현화 기법의 실제

     

    현장에서 보호자 상담을 할 때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제가 못된 자식이라 그래요"입니다. 부모님께 짜증을 낸 뒤 죄책감을 느끼는 보호자들이 이 말을 꺼낼 때, 단순히 "그렇지 않아요"라고 위로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보호자 스스로가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외현화 방식으로 접근하면 달랐습니다. "보호자님이 못된 게 아니라, 돌봄 부담이 너무 오래 쌓여서 감정이 지친 상태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을 바꾸면, 보호자가 자신을 비난하는 방향에서 벗어나 상황을 다르게 볼 여지가 생겼습니다. 문제를 사람 안에 가두지 않고 밖으로 꺼내는 것이 책임 회피가 아니라, 오히려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이 과정을 통해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노인 가족 돌봄 부담 연구에서도 가족 돌봄제공자의 상당수가 죄책감, 우울, 소진을 경험하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돌봄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https://www.kihasa.re.kr)). 다세대 전수과정(multigenerational transmission process)도 이 맥락에서 생각해볼 만합니다. 다세대 전수과정이란 보웬모델의 개념으로, 특정 정서 패턴이나 낮은 자아분화 수준이 세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돌봄을 둘러싼 죄책감과 갈등이 단순히 현재의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야기치료의 가능성과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

     

    이야기치료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도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이 접근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를 새롭게 이야기하고 외현화하는 작업은 클라이언트가 어느 정도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대화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을 때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경제적 위기, 독거 어르신의 위기 상황, 가족 간 학대, 방임처럼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원 연계, 긴급 지원, 제도적 보호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상담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론에서는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실제 노인복지 현장에서는 어르신 한 분만 만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가족이 함께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웬모델의 탈삼각화나 구조적 모델의 실연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은 전체 노인의 약 21%에 달하며, 가족과의 접촉이 제한된 경우도 상당수입니다([출처: 통계청](https://kostat.go.kr)).

     

    그래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야기치료와 가족치료의 다양한 모델은 "이렇게 하면 된다"는 처방전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가족을 이해하기 위한 틀로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기법이 더 낫다는 논쟁보다, 지금 이 가족이 처한 상황에 어떤 관점이 더 유용한지를 먼저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결국 이야기치료든 보웬모델이든, 핵심은 사람을 문제로 보지 않는 데 있습니다. 어르신이 문제가 아니라 외로움이 문제고, 보호자가 못난 게 아니라 돌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 것입니다. 이 시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 사이의 관계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을 외우는 것보다 그 이론이 왜 생겨났는지를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배웠습니다.

     

     

    --- 참고: 사회복지실천기술론 - 가족 대상 실천기법 : 가족치료의 다양한 접근 / 이야기 치료